대화의 중심에 서다
본문
이경주(어린이집 원장)
어렸을 때도, 어른이 되어서 모임에 참석해서도 나는 대화의 중심에서 멀리 있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떠들어대도 나는 조용히 귀 기울여 듣고만 있는 경우가 많다.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사람뿐만 아니라 주도자 주변으로 모여드는 사람도 대화의 흐름을 기가 막히게 읽어내며 함께 하하 호호하며 대화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 나는 방관자가 되곤 한다. 그래도 어정쩡하게나마 섞여서 함께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또 다른 내가 보일 때면 괜찮다고 지금 이대로도 잘하고 있다고 위로를 건네고 싶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가족 모임 인원 제한이 사라지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추석 명절이었다. 시댁은 명절 때마다 20명이 넘는 대가족이 모이는 큰집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시어머니와 설거지를 담당하는 며느리인 나는 1년에 두 번이긴 하지만 명절이 힘들다. 몸이 힘든 것은 그렇다고 해도 어르신들을 뵙는 것이 어려운 숙제이다. 오히려 자주 뵙는 것이 아니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물론 질문은 어르신들이 하고 대답만 잘하면 되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정말 즐거운 명절이 되려면 대화의 핵심을 파악하고 유머러스하게 대화에 참여해야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친정 식구 모임에서는 어떤 대화가 오고 가든 신경을 쓰지도 않고 아무 말이나 막 해도 되기 때문에 편한데 시댁 식구 모임에서는 혹시 어울리지도 않은 말을 하여 분위기를 해 할까 봐 두려운 마음에 행동도 조심스럽다. 나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어쩜, 말을 저렇게 재미있게 하지?’ 하며 그 사람을 닮아보려 애쓰지만, 나에게는 흉내 내기에 불과해 어색하기만 하다.
이렇듯 관계의 두려움에 내성적인 나는 대화의 장에 선뜻 나서기가 어렵지만, 자녀와의 대화에서는 두려움은 사라지고 자녀를 이기기 위한 자녀를 침묵시키는 수단으로 혼자 독백하는 경우가 많다. 대화는 서로 주고받을 때 공감할 수 있는 것인데 나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마구 던지고 있지는 않은지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대화를 잘하는 방법은 내 마음을 감지하고 상대방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그들과 함께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것처럼 자녀 또한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무척 기쁠 것이다. 즐거운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하는 것에 만족하는 성숙한 대화는 분명 가치가 있다. 대화의 즐거움을 아는 자녀의 인생은 반드시 빛이 날 것이다.
성찰 질문
1. 자녀와의 대화로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2. 자녀와의 대화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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