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삐지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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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현(With J 코칭연구소장/우리동네 키움센터장)
올해 2학년인 용민이는 책상에 얼굴을 묻고 세상을 다 잃어버린 듯 의욕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고집을 부리거나 떼를 쓰는 건 아닌데 마음에 안 들면 삐져서 한쪽 구석에 박혀 나오질 않는다. 심하면 옷장 속에 숨어 있기도 한다.
“용민이가 퀴즈를 맞추고 싶었구나!”
용민이는 눈물을 머금고 선생님 물음에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퀴즈를 맞추지 못해서 몹시 속상하구나!” “네..”
“이제 우리 모두 나가서 즐거운 체육 활동을 할 건데 용민이는 어떻게 하고 싶어?”
“.......”
“아주 조금만 더 앉아있으면 마음이 풀릴 거 같아? 아니면 한참 많은 시간이 필요해?”
“아주 조금만 더요”
“아 그래? 그럼 아주 조금만 더 있다가 친구들과 함께 체육 활동 나갈까?”
“네.....”
용민이는 하루에 두세 번 삐진다. 용민이가 처음 토라졌을 때였다. 너무도 즐겁게 활동을 하다가 또래의 사소한 말 한 마디에 금새 고개를 푹 숙이고 완전히 모든 활동을 멈추고 옷걸이 벽장 속에 들어갔다. 또래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왜 마음이 상했는지, 혹시 오해가 있는지를 살피고 마음을 달래주느라 용민이 곁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러나 하루에도 여러 차례 그런 일들이 지속되자 더 이상 친구들은 용민이 행동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즐겁게 의욕적으로 퀴즈활동을 하던 용민이가 다른 친구들이 정답을 맞추고 자신은 기회를 얻지 못하자 금새 시무룩해져서 얼굴을 책상에 묻었고 친구들은 수근댄다.
“또 삐졌다. 삐돌이 용민이~”
선생님들은 용민이의 지나친 삐짐에 대해 토의를 했다. 먼저 용민이의 삐짐의 상태와 삐짐의 일반적인 원인과 대응 방법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시적 좌절로 인해 잠시 시무룩해 있는 정도로 일반적인 토라짐으로 볼 수 있는지, 교사가 더 관심을 가져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지해주면 좋아질 것인지, 어떤 대응 방법을 교사들이 취할 것인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용민이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왜 삐질까를 생각하면서 삐짐의 첫 번째 원인을 교사들은 유아기적 자기중심성에서 찾았다. 그러나 용민이는 친구들에 대한 배려심도 높고 인지발달도 좋은 편이니 이 부분은 제외를 시켰다.
두 번째 원인은 아동의 언어 표현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서 말보다 삐지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는데 이 항목에 대해서도 용민이는 어휘력도 뛰어나고 명랑하여 제외 시켰다.
그러나 기분이 좋을 때는 자신의 생각을 너무도 잘 표현하던 용민이가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조금 서툴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불편하고 불만족스런 상황에서 자기표현을 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세 번째의 원인은 부모와 교사 혹은 주변의 관심을 자신의 뜻대로 하려는 심리적 동기일 수 있는데 용민이의 삐짐은 주변의 관심을 모으는 심리적인 동기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아동이 토라져서 홀로 있을 때 부모와 교사는 좌절된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왜 기분이 나빠졌는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부모와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지 아닌지 등을 물으며 그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토라지는 정도와 강도를 줄여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나 그간 용민이가 삐지면 재빠르게 달려가 등을 도닥여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격려해주며 온갖 관심을 가져주던 해결책의 전략을 조금 바꾸어보기로 했다. 용민이는 습관적으로 삐지면서 교사와 부모의 사랑하는 마음을 테스트하며 어떤 상황의 흐름을 끊고 모두가 자신에게 집중하게 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행으로 통제하려 하기 때문에 가벼운 토라짐은 오히려 모르는 척 하다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잘 추스르고 활동에 참여할 때 등을 토닥거리며 환영해주면서 삐지는 습관들을 조절해 가기로 했다.
“센터장님! 오늘은 삐지지 않을거에요”
“오호~그래? 다짐을 단단히 한 모양이구나”
“..2학년이 삐지면 창피한 행동인거 같아요..”
“멋진 생각이네~ 기대가 되는걸!”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관심을 가져주고,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해주고, 경청해주고 반향어를 사용하며 미러링을 해주면서 가끔은 잠시 혼자두기를 통해 자신을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하는것도 필요하다.
어느새 용민이가 훌쩍 큰거 같다. 이제 정말 유아티를 완전히 벗고 초등학교 2학년이 될 거 같다.
성찰질문
1. 기본적으로 나는 자녀를 깊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경청하고 있는가?
2.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할 때는 전략적으로 그 행동에 반응하지 않고 무시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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